이번 전시는 정원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조명하고, 예술을 전시하고 감상하는 행위를 되돌아보는 단체전이다. 전시장은 하나의 정원으로 해석된다. 각기 다른 작품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이념과 서사를 지닌 채 한 공간에 자리하고, 서로 교차하며 새로운 맥락을 형성한다. 이러한 맥락은 작품들 사이에서뿐 아니라 전시 공간의 특성과 기획의 의도, 관객의 시선과 움직임, 개인적인 경험과 해석이 더해지며 확장된다. 관객은 작품을 개별적으로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과 작품, 작품과 공간 사이의 관계를 발견하며 전시를 하나의 열린 생태계로 경험한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흙과 식물, 동물과 곤충을 비롯한 주변의 생명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 변화에 맞추어 관계를 맺어 가는 실천이다. 이는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관찰하고 이해하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배워 온 오랜 경험과 맞닿아 있다. 라스코 동굴 벽화에서 오늘날의 예술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세계를 관찰하고 자신의 기억과 감각, 상상력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해 왔다. 정원을 가꾸는 일과 예술을 창작하고 감상하는 일은 모두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관계를 맺으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연결된다.
정원에서 다양한 식물들이 각자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하나의 환경을 이루듯, 전시 속 작품들 역시 하나의 해석으로 환원되지 않은 채 공존한다. 작품을 천천히 바라보고 그 안에 담긴 맥락과 서사를 이해하려는 노력, 서로 다른 관점과 표현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감상을 넘어선 교류의 가능성을 연다. 식물과 자연을 돌보는 정원사의 노력은 개별 작품의 고유성을 존중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려는 태도로 확장된다.
돌봄은 작품과 자연을 넘어 관객 자신에게까지 확장된다. 식물을 돌본다는 것은 성장의 과정을 온전히 통제하기보다 자연의 변화와 예측할 수 없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그 리듬에 맞추어 자신의 태도를 조정하는 일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전시를 경험하는 일은 바쁜 일상의 속도에서 잠시 벗어나, 전시 공간이 제안하는 또 다른 호흡에 자신을 맡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관객이 작품과 주변 환경에 천천히 주의를 기울이고 익숙한 풍경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제안한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관계를 맺으며 공존하는 정원처럼, 전시장은 돌봄과 교류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장소가 된다. 그 안에서 관객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삶의 아름다움을 마주하고, 자신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참여 작가
강민주, 고우정, 김지선, 데일 루이스, 마르타 레이바, 매튜 스톤, 민혜원, 박이도, 박주애, 반소현, 백향목, 보리스 사콘, 세오, 아민 보엠, 이안리, 이승훈, 이지영, 이태수, 전원근, 캐서린 안홀트, 프릿츠 본슈틱, 필립 그뢰징어, 헬레나 파라다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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