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앤초이 갤러리는 반소현의 개인전 《Distance from Zero: 아무것도 아닌 곳에서》를 독일 쾰른 미하엘 호어바흐 재단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반소현이 초이앤초이 갤러리 전속작가로서 처음 선보이는 독일 개인전으로, 회화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시각적 경험을 중심으로 한 최근 회화 연작을 소개한다. 멀리서는 서정적인 풍경으로, 가까이에서는 즉흥적인 붓질과 거친 선들로, 같은 화면이 전혀 다른 두 장면으로 펼쳐진다.

 

예쁨과 장식성은 관객을 유혹하는 첫 번째 시선에 가깝다. 그 아래에는 의도적으로 불완전하고 가공되지 않은 선들이 자리한다. 작가는 이 두 층위를 감추지 않고 함께 드러냄으로써, 회화란 과정이 겹겹이 쌓여 완성된 결과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전시 제목 《Distance from Zero》는 "우리는 어느 거리에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반소현에게 텅 빈 캔버스는 아직 아무것도 아닌 '0의 지점', 즉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출발점이고 무에서 시작하기 전의 떨림을 의미한다. 덧칠되고 긁히고 수정된 흔적들은 지워지지 않고 화면 위에 그대로 남아, 작가가 캔버스 앞에서 실제로 겪은 시간의 기록이 된다.

 

이렇듯 텅 빈 캔버스에서 시작된 작업은, 우리가 무언가를 바라보고 판단하는 방식이 결코 절대적일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가까이서 본 무질서한 선들과 거친 흔적이 틀린 것인지, 혹은 멀리서 본 조화로운 풍경만이 옳은 것인지. 작가는 이 물음을 통해 옳고 그름의 이분법이 아니라 그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차이와 거리를 인정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