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GNE] Distance from Zero: Sohyun Ban

27 March - 26 April 2026

초이앤초이 갤러리는 2026년 3월 27일부터 4월 26일까지 독일 쾰른 미하엘 호어바흐 재단 전시 공간에서 반소현 작가의 개인전 <Distance from Zero: 아무것도 아닌 곳에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반소현이 초이앤초이 갤러리의 전속작가로서 선보이는 첫 독일 개인전으로, 회화가 형성되는 과정과 감각의 밀도를 중심으로 한 최근 작업들을 소개한다.

 

<Distance from Zero>는 “우리는 어느 거리에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회화 연작이다. 캔버스라는 ‘0의 지점’, 아직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열려 있는 공간에서 시작된 시각적 탐구는 거리와 인식, 그리고 판단의 상대성에 대한 사유로 확장된다. 전시의 제목 <아무것도 아닌 곳에서>는 이러한 출발점의 상태를 함축하며, 생성 중인 회화의 태도를 드러낸다.

 

작품은 멀리서 보았을 때 서정적이고 거대한 풍경의 암시로 다가온다. 색채는 조화롭고 화면은 안정된 질서를 띠지만, 관객이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풍경은 해체되며 유아적인 낙서처럼 거친 드로잉 선들로 흩어진다. 이 시리즈에서 예쁨과 장식성은 관객을 유혹하는 첫 번째 시선에 가깝다. 그 아래에는 의도적으로 불완전하고 날 것 그대로의 선들이 남아 있다.

 

관객이 작품과의 거리를 좁힐수록 익숙했던 풍경은 낯선 기호와 충돌하는 선들로 변모한다. 가까이서 본 무질서한 낙서가 틀린 것인지, 혹은 멀리서 본 조화로운 풍경만이 옳은 것인지. 캔버스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변화하는 시각적 경험은 우리가 현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결코 절대적일 수 없음을 드러낸다. <Distance from Zero>는 옳고 그름의 이분법을 넘어, 그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차이와 거리를 인정하고자 하는 시도이며, 나와 타인의 ‘영점’을 찾아가는 사유의 여정이다.

 

작가의 즉흥적인 작업 방식은 떨림으로 나타나는 불안에서 비롯된다. 작업 행위는 이 불안을 잠재우기보다 오히려 증폭시키며, 이는 회피가 아닌 직시의 한 형태로 작동한다. 이해되기 이전에 뛰어들고자 하는 충동, 시작을 지연하지 않는 태도는 다소 무모해 보일 수 있으나, 그 시작을 수습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작업을 지속시키는 힘이 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회화는 결과물이기보다 사유의 방법론으로 기능한다. 실패를 포함한 모든 흔적은 숨겨지지 않은 채 화면 위에 남아 기록이자 사유가 머무는 장이 된다. 작업에는 언제나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함께 섞여 있으며, 이는 지금 작가가 어디로부터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어렴풋이 가늠하게 할 뿐이다. 각 작품은 서로 다른 궤적을 따라 이 지점에 도착해 있으며, 작가 역시 그러한 방식으로 아무것도 아닌 곳으로부터 여기까지 이르렀다.

 

<Distance from Zero: 아무것도 아닌 곳에서>는 비어 있는 출발점으로부터 발생한 미세한 거리와 아직 언어로 고정되지 않은 감각의 흔적을 기록한다. 그 누적된 차이 속에서 회화는 하나의 살아 있는 장면으로 조용히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