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첫 개인전 '어둠에서 밤으로'를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한 독일 작가 아민 보엠이 광기의 도시, 불안감에 사로잡힌 인테리어, 균열로 뒤덮인 초상 등 자신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며 7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현대 사회의 실상을 투명하게 포착하는 것으로 주목받는 보엠은 지난 수년간 밤을 주제로 다뤄왔다. 2015년경의 작품들이 황혼의 빛을 머금었다면, 2018년 이후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작가에게 전시의 제목인 '어둠'과 '밤'이 주는 차이점을 물었다. 그는 그것이 발음상 '어둠'(gloom)이 주는 온화한 느낌과 '밤'(night)이 선사하는 강렬한 느낌을 포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가 표현하는 어둠과 밤은 결코 암울하고 부정적이지 않은 느낌을 준다. 밤이 주는 원초적 불길함 속에서도 램프, 전구, 헤드라이트 등이 조명하는 빛은 역설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그의 작품들은 서양미술에서 오랜 역사를 거치며 이어져 온 야경화의 전통과 맥을 같이 한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과 수차례의 전쟁에 대한 원초적 슬픔 속에서도 밤은 하루의 끝과 철학적 죽음뿐만 아니라 새로운 날이 밝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시사한다.
유화임에도 수채화처럼 엷게 채색하는 기법으로 인해 파스텔 느낌이 나는 그의 '어둠과 밤' 이야기는 마냥 무거워 보이지 않는 냉소도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가벼워 보이지도 않는 풍자도 담고 있다.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이 연상되기도 하는 그의 이중 초상화는 대부분 그의 주변 사람들에서 모티브를 잡은 것이다. 작품 속 인물 간의 겹치는 부분이 만들어내는 어두운 부분은 갈등 요소가 아니라 서로 간의 진솔하고 은밀한 내면을 공유함으로써 오히려 관계성을 높이는 느낌을 준다. 비록 작가가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패브릭 콜라주와 다양한 모티브의 조합으로 완성되는 그의 그림은 사이보그, 정치인, 그리고 꽃으로 가득 찬 환상의 어반 코스모스로 단숨에 시선을 끌어들인다. 복잡하게 파편화된 작품의 표면은 현대 생활에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정신적 균열을 반영하며, 우리의 삶 안에서 공존하는 '현실'의 다양한 층을 나타낸다.
그는 "최근 우리의 삶은 불확실한 긍정성에 지배되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받는 '좋아요' 수가 점점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시대에서 우리가 정신적으로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삶 속의 불안과 비극을 억누르지 않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 사회의 실상을 투명하게 포착하는 것으로 주목받는 보엠은 지난 수년간 밤을 주제로 다뤄왔다. 2015년경의 작품들이 황혼의 빛을 머금었다면, 2018년 이후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Die offenen Augen der Toten 2016-2017 Oil and fabrics on canvas 210 x 235cm(초이앤초이갤러리 제공). © 뉴스1 |
작가에게 전시의 제목인 '어둠'과 '밤'이 주는 차이점을 물었다. 그는 그것이 발음상 '어둠'(gloom)이 주는 온화한 느낌과 '밤'(night)이 선사하는 강렬한 느낌을 포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가 표현하는 어둠과 밤은 결코 암울하고 부정적이지 않은 느낌을 준다. 밤이 주는 원초적 불길함 속에서도 램프, 전구, 헤드라이트 등이 조명하는 빛은 역설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그의 작품들은 서양미술에서 오랜 역사를 거치며 이어져 온 야경화의 전통과 맥을 같이 한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과 수차례의 전쟁에 대한 원초적 슬픔 속에서도 밤은 하루의 끝과 철학적 죽음뿐만 아니라 새로운 날이 밝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시사한다.
유화임에도 수채화처럼 엷게 채색하는 기법으로 인해 파스텔 느낌이 나는 그의 '어둠과 밤' 이야기는 마냥 무거워 보이지 않는 냉소도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가벼워 보이지도 않는 풍자도 담고 있다.
Untitled 2016 Oil and fabrics on canvas 100 x 80cm(초이앤초이갤러리 제공). © 뉴스1 |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이 연상되기도 하는 그의 이중 초상화는 대부분 그의 주변 사람들에서 모티브를 잡은 것이다. 작품 속 인물 간의 겹치는 부분이 만들어내는 어두운 부분은 갈등 요소가 아니라 서로 간의 진솔하고 은밀한 내면을 공유함으로써 오히려 관계성을 높이는 느낌을 준다. 비록 작가가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패브릭 콜라주와 다양한 모티브의 조합으로 완성되는 그의 그림은 사이보그, 정치인, 그리고 꽃으로 가득 찬 환상의 어반 코스모스로 단숨에 시선을 끌어들인다. 복잡하게 파편화된 작품의 표면은 현대 생활에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정신적 균열을 반영하며, 우리의 삶 안에서 공존하는 '현실'의 다양한 층을 나타낸다.
그는 "최근 우리의 삶은 불확실한 긍정성에 지배되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받는 '좋아요' 수가 점점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시대에서 우리가 정신적으로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삶 속의 불안과 비극을 억누르지 않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민 보엠(초이앤초이갤러리 제공). © 뉴스1 |
작가가 포착한 사회정치적 불안을 보여주는 밤의 다양한 상징들은 황홀한 광기 혹은 무력함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를 보다 색다르고 더 자유로운 시점에서 시각화하고 반영함으로써, 삶이란 인간 관계를 통해 내면의 필연적인 종말론적 공포를 밖으로 내던지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보엠의 개인전 '어둠에서 밤으로'는 초이앤초이갤러리에서 지난 1일부터 시작돼 내달 9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