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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조니 아브라함스의 개인전 '낮은 수풀 속, 늑대는 숨어 있다'(The grass is three inches long, the wolf can hide)가 초이앤초이 갤러리 서울에서 4월 26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미국 출신 작가가 한국에서 여는 3번째 개인전이다. 그의 작품은 미니멀리즘적 추상으로 특징된다. 모양은 단순하지만 형태 너머에 있는 미지의 것과의 '관계성'을 감각하도록 관객을 이끈다.
작가는 기하학적 추상의 정교한 구조 속에 이야기를 숨겨 놓는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그 속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다양한 플롯을 통해 존재감과의 교감을 유도하는 기하학적인 구도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제목이 일본 민속학자 야나기타 쿠니오의 '한 문장 이야기'(One Sentence Story)에서 따온 것"이라고 말한다. 단 하나의 문장이지만, 그것을 '이야기'라고 부르는 순간 독자는 그 너머의 서사를 상상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인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 제목인 '낮은 수풀 속, 늑대는 숨어 있다'의 영어 표현은 '더 그래스 이즈 스리 인치스 롱, 더 울프 캔 하이드"(The grass is three inches long, the wolf can hid)'다. 3인치는 7.6㎝ 남짓하다. 즉 풀이 3인치만 되도 늑대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건 아무리 작은 존재라고 그 속에 무한한 이야기와 가능성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은유한다. 그것은 우주의 미세한 입자일 수도 있고, 자연의 미물일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
그의 회화 역시 최소한의 형식적 언어로 구축됐지만, 그 안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균형과 긴장, 정지와 움직임이 공존한다. 그가 창조한 시각적 언어는 단순함을 넘어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를 통해 형식 너머의 깊이를 감각하고, 숨겨진 서사를 발견하는 여정을 제안한다.

그의 그림의 기하학 오브제는 기계적이고 차갑지만, 그 배경과 오브제를 채우는 색은 깊이감과 따듯함이 느껴진다. 굴곡 있고 거친 표면의 '황마'(hessian) 재료에 안착된 물감은 음과 양의 입체감을 만들어내며, 공간 사이의 균형을 조율하고, 빛을 머금고 반사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표면을 창조한다.
작가는 우주에서 원소들이 결합해 복잡한 물질이 생겨나는 찰나의 순간을 화면 위에 구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빛이 방출되고 다양한 물질이 생성되는 원리를 담아냄으로써, 평면의 회화가 지닌 깊이감과 그 속의 무한한 이야기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