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초이앤초이 갤러리 제공)
[문학뉴스=남미리 기자] 초이앤초이 갤러리(서울시 종로구 팔판길 42)는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헬레나 파라다 김 작가의 개인전 <빛이 머무는 시간>을 서울 갤러리에서 오는 16일부터 6월 28일까지 선보인다.
파라다 김 작가는 한국인 파독 간호사 모친과 스페인인 부친 사이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성장한 이력으로 다문화적 감수성이 창출한 독창적 시각 언어를 조명하며 문화적 경계를 넘나드는 미학적 성찰을 제시한다.
전시의 주요 작품인 ‘스텔라 마리스'는 조선 시대 신부의 혼례복인 활옷에 서양 르네상스 미술의 모티프를 결합한 작품이다. 부부의 금술이나 다산, 장수 등을 상징하는 봉황새, 연꽃 등 한국의 전통 요소들로 화려하게 수놓아진 활옷의 중앙에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성모와 아이'를 배치함으로써 서양미술사의 전통적인 상징인 모성과 다산의 축복을 한층 더 시각화한다. 작가는 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권이지만 같은 보편성을 상징하는 문화적 코드를 현대적 맥락에서 재발견한다.
‘간호사와 학' 작품은 1970년대 독일 쾰른에서 촬영된 작가의 어머니와 동료 한국인 간호사들의 단체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창덕궁에 소장된 김은호 화백의 병풍 작품이 배경이 된 이 작품은 파독 노동자들의 역사를 교포 2세의 시선으로 증언하며 동시에 한 역사 속에서 개인과 가족, 집단이 겪어야 했던 운명을 함축해 보여준다.
작가는 작품에서 한복을 입은 인물들의 얼굴을 흐리게 처리하거나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보다 한복이라는 의복 자체의 문화적 상징성과 미학적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의도적 선택이다. 하지만 그녀의 그림에 등장하는 한복들은 대부분 실제 그녀의 어머니와 그녀와 함께 독일로 왔던 이모들, 비슷한 처지의 간호사 동료들이 소유했던 것들로 보는 이들에게는 한 개인의 삶과 이들이 살았던 시대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게 하는 하나의 단서가 되고 이는 개인과 집단의 역사 서사를 탐구하게 하는 시작점이 된다.
(헬레나 파라다 김. 사진=작가 제공)
헬레나 파라다 김은 1982년 독일 쾰른에서 태어나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Kunstakademie Düsseldorf)에서 피터 도이그(Peter Doig) 교수 아래 수학했으며, 2009년 마이스터슐러 학위를 받았다.
그녀의 작업은 문화적 정체성, 기억, 디아스포라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가족사와 개인적 유산에서 깊은 영감을 얻는다. 그녀의 회화는 전통과 현대,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복합적이고 섬세한 정체성의 층위를 시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쾰른 동아시아미술관(2024), 글라드백 미술관(2019) 등에서 전시를 가졌으며,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서울에서는 2016년 안드레아스 블랑크와 가진 2인전 이후 이번이 첫 개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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