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에 담긴 사연과 역사"…헬레나 파라다 김 '빛이 머무는 시간'展

韓 전통 혼례복에 르네상스 모티프 결합한 작품 선보여 초이앤초이 갤러리 16일~6월 28일
김정한 기자, 뉴스1, 12 May 2025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초이앤초이 갤러리는 16일부터 6월 28일까지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헬레나 파라다 김 작가의 개인전 '빛이 머무는 시간'을 개최한다.

 

헬레나 파라다 김 작가는 한국인 파독 간호사 어머니와 스페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성장했다. 그가 이번 전시를 통해 다문화적 배경에서 비롯된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선보이며, 문화적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심오한 미학적 성찰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스텔라 마리스'는 한국 전통 혼례복인 활옷에 서양 르네상스 미술의 주요 모티프를 흥미롭게 결합시킨 작품이다. 부부의 금슬과 다산, 장수를 상징하는 봉황새와 연꽃 등 한국적인 요소로 화려하게 장식된 활옷의 중앙에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성모와 아이'가 자리 잡고 있다. 작가는 이처럼 서로 다른 문화권이지만 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문화적 코드를 현대적인 맥락 안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본문 이미지 - 헬레나 파라다 김 '빛이 머무는 시간'展 전시장 전경 (초이앤초이 갤러리 제공)헬레나 파라다 김 '빛이 머무는 시간'展 전시장 전경 (초이앤초이 갤러리 제공)
 

파독 간호사 2세로서 독일에서 성장한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은 작품 곳곳에 녹아들어 집단적인 역사와 섬세하게 교차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특히 '간호사와 학' 연작은 1970년대 독일 쾰른에서 촬영된 작가의 어머니와 동료 한국인 간호사들의 단체 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창덕궁에 소장된 김은호 화가의 병풍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파독 노동자들의 역사를 교포 2세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증언하며, 동시에 격동의 역사 속에서 개인이자 가족, 그리고 집단이 겪어야 했던 숙명적인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작품 속 한복을 입은 인물들의 얼굴을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처리하거나 생략했다. 이는 개개인의 정체성보다는 한복이라는 의복 자체가 지닌 문화적 상징성과 고유한 아름다움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다. 하지만 그림 속 한복들은 대부분 작가의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그들과 함께 독일에 건너온 간호사 동료들이 실제로 소유했던 옷들이다. 희미한 얼굴 뒤에는 각자의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익명성을 띤 채 그려진 한복은 개인과 집단의 역사라는 폭넓은 서사를 탐구하는 출발점이 된다.

 

한국 전통 미술의 아름다운 요소와 서양 미술사의 주요 모티프의 조화로운 만남, 그리고 파독 간호사들의 역사와 작가 자신의 가족사가 섬세한 회화 기법을 통해 창조된 작품들이 관람객들에게 특정한 문화의 정체성은 물론, 이를 다각적으로 탐구하고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풍부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본문 이미지 - 헬레나 파라다 김, 'A Sister' 2025, Oil on Aluminium, 40 x 30cm (초이앤초이 갤러리 제공)

헬나 파라다 김, 'A Sister' 2025, Oil on Aluminium, 40 x 30cm (초이앤초이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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