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ve Letters, 2025, Oil on paper, 31×41cm. 사진=초이앤초이 갤러리 제공)
[문학뉴스=남미리 기자] 초이앤초이 갤러리(서울시 종로구 팔판길 42)는 영국 작가 캐서린 안홀트(Catherine Anholt, 1958~)의 개인전 《Love Letters(러브레터)》를 오는 11일부터 8월 23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23년 《Love, Life, Loss》에 이은 두 번째 개인전으로, 작가의 더 깊어진 회화적 여정을 함께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다.
캐서린 안홀트는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영국 남서부 해안가 마을 데본(Devon)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일상을 그림으로 남겨왔다. 데본의 들길과 사계절의 변화, 지인들의 일상 모습,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이들, 뉴스 속 피난민 가족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일상의 풍경 속에서 포착한 삶의 흔적들을 고요하면서도 깊이 있게 시를 쓰듯 캔버스에 기록한다. 그 기록들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삶에 대한 경이, 그리고 인류를 향한 희망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존엄과 연대, 공감의 가치를 중심에 둔 휴머니즘적 세계관이 진하게 배어 있다.
2023년 전시 《Love, Life, Loss》가 사랑과 인생, 상실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폭넓게 조망했다면, 이번 《Love Letters》는 개인적 감정의 깊이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사랑하는 딸 매디(Maddy)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후, 작가는 그녀를 기억하고 추모하며,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연작을 통해 깊은 상실의 아픔을 예술로 치유한다. 이 전시는 캐서린 안홀트가 딸에게 보내는 절실한 편지이자 예술적 헌사며 같은 상처를 지닌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다.
전시장 한편에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된다. 관람객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짧은 러브레터를 작성해 전시장 벽면에 부착하게 되며, 이 편지들은 전시 기간 하나의 작품처럼 공간을 채운다. 작가가 전하고자 한 사랑과 기억, 치유의 메시지를 관람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어가는 의미 있는 시도다.
현실의 단단한 질감과 꿈속의 이상향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그녀의 회화는 삶과 죽음, 현실과 비현실, 상실과 희망 사이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물며 관객에게 깊은 공감과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안홀트의 작품에서 색채는 감정의 언어가 되고, 형태는 기억의 편린이 되어 관람객의 마음속에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이는 예술이 지닌 치유의 힘을 보여주는 소중한 증거이자 현대 회화가 여전히 인간의 내면을 어루만지고 위로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의미 깊은 작업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영국 데본의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인 캐서린 안홀트는 루소나 마티스를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이미지를 그려내며, 전통적이거나 종교적인 미술 양식을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질감과 선을 통해 다양한 시각적 문화에 대한 오마주를 제시한다.
지난 30여 년간 남편 로렌스와 함께 200권이 넘는 동화책을 제작하며 삽화가로도 활동해온 그녀는 창작과 스토리텔링에 대한 부부의 공동된 열정을 정글처럼 우거진 정원에 둘러싸인 집에서 꽃피워왔다. 안홀트의 회화는 모성애, 가족, 자연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자신의 삶과 예술적 여정을 반영하며, 나아가 우리 삶의 다양한 형태에 대한 깊은 은유와 고찰을 담아낸다.
기사본문 l Original link
1
of 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