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사태로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였지만, 세상은 또 돌고 돈다. "모든 존재는 그저 영원한 반복으로 이어질 뿐이다." 그러니 "우주의 종말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말라"고 필립 그뢰징어(50)는 그림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의 작품 세계는 우주공간·몬스터 등 공상과학 영화 한 장면 같다. 강렬한 색감 만큼이나 이중적이다. 천진난만하면서도 디스토피아적인 행성들, 흰색의 괴물, 기이한 구조물들, 다채로운 꽃들, 거친 파도 속 홀로 남겨진 선원의 모습 등 '상상 세계'가 시각화됐다. 장난스럽고 알록달록한 헤도니즘(Hedonism·쾌락주의)를 풍기는 겉모습과 달리 알고 보면 무시할 수 없는 어둠과 우울함이 자리 잡고 있다. 뭔가 알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나, 총체적인 불안감, 카오스적 혼돈과 낙관주의 유머가 뒤섞여 묘하게 감성적 자극을 선사한다.